새벽 두 시, 전화벨이 울렸어요. "어머니가 쓰러지셨어요." 그 짧은 한 마디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 경험해 보신 분은 아실 거예요. 허겁지겁 응급실로 달려가 보니 어머니는 뇌출혈로 수술대에 오르셨고, 나는 형광등 빛 아래 멍하니 서 있었죠.
우리 세대는 참 묘한 위치에 있어요. 아직 자녀가 완전히 독립하지 않은 집도 있고, 반대로 이제 막 둥지를 비웠나 싶은데 부모님 병원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죠. 위로는 부모님, 아래로는 자녀, 그 사이에서 나 자신은 어느새 제일 마지막 순서가 되어 있어요.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면서요.
병실에서 보낸 시간이 가르쳐 준 것들항암 병실 복도는 참 조용해요. 다들 각자의 무게를 안고 걷거든요. 그 안에서 몇 달을 지내다 보면 느끼게 돼요. 간병은 체력이 아니라 지구력 싸움이라는 걸요. 처음엔 뜨거운 마음으로 달려들지만, 반복되는 밤샘과 병원 밥, 무너지는 수면과 일상이 쌓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바닥을 보여요.
많은 분들이 이 시기에 자신의 건강검진을 미루고, 먹는 것도 대충 때우고, 아픈 내색조차 못 하세요. "내가 쓰러지면 안 되지"라는 생각으로 버티다가 정작 본인이 먼저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간병하는 나를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들
- 혼자 다 짊어지지 않기 — 형제, 자녀, 친척과 역할을 나누는 것이 부모님께도 더 좋은 돌봄이에요. "부탁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에요.
- 하루 30분, 나만의 시간 지키기 — 병원 밖에서 짧은 산책, 좋아하는 음악 듣기, 따뜻한 커피 한 잔. 작은 것이 무너지지 않게 해줘요.
- 장기요양보험·돌봄 서비스 알아보기 — 65세 이상 부모님은 장기요양 등급 신청이 가능해요. 요양보호사, 방문 간호 등 국가 서비스를 활용하면 부담이 한결 가벼워져요.
-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 — 지치고, 화나고, 슬픈 감정은 잘못된 게 아니에요. 일기를 쓰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숨통이 트여요.
- 나 역시 정기검진 빠지지 않기 — 간병 중에도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해요. 부모님을 오래 곁에서 돌보려면 내가 먼저 건강해야 하니까요.
수술을 마친 어머니가 처음으로 눈을 뜨던 날, 손을 꼭 잡아드리면서 생각했어요. 이 손을 오래 잡아 드리려면 내가 오래 버텨야 한다고요. 간병은 사랑의 행위이지만, 그 사랑이 나를 갉아먹어선 안 돼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오늘도 병원 의자에 앉아 계신 분이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신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마음도, 몸도, 소중하게 챙길 자격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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