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다섯 시쯤 일어났는데 창밖을 보니 한라산이 온통 구름에 잠겨있었수다. 매일 보는 풍경인데 이런 날은 자꾸만 눈길이 가네요. 관광객들은 맑은 날씨 좋아하겠지만 이런 날씨가 있어야 제주가 진짜 제주 같아요.

제주 와서 5년을 살면서 느낀 게 있어요. 구름이 내려오는 아침이면 뭔가 세상이 나를 감싸주는 기분이 든다는 거. 서울에선 이런 날씨면 우울했는데 여긴 달라요. 산이 구름을 덮고 있는 게 아니라 구름과 산이 하나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혼자 있고 싶은 날 아침이면 더 좋아요.

오늘 귤밭에 나갔다가 좀 있다 들어왔는데 이슬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옷도 축축해지고 손도 차갑고. 근데 그런 날이 일을 하기 좋아요. 날씨가 흐리니까 관광객들도 덜 다니고 길도 한가해서.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는 거 같아서요. 남편도 없고 자식들도 다 살고 이제 내 시간이 생겼으니까 이런 날씨면 더 반가워요.

다만 이런 날 오후가 되면 마음이 좀 무거워질 수 있어요. 갱년기 때문인지 뭔지 날씨가 흐리면 기분도 따라 흐리더라고요. 그래도 저녁 되면 한라산 능선이 살짝 나타나고 하늘도 밝아지면서 괜찮아져요.

이런 게 제주 생활이라고 해야 할까요. 나쁜 것도 있고 좋은 것도 있고. 근데 요즘엔 그냥 받아들이게 돼요. 구름이 내려오는 아침도, 그걸 보며 혼자 있는 시간도, 모두가 내 인생의 일부라는 생각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