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우리 동네가 정말 살아있었어. 아침에 나가면 골목 어귀에서 아주머니들이 시장 봐온 것 나눠주고, 저녁때면 아이들 목소리가 골목마다 울려 퍼졌지. 동네 미용실 아주머니, 문구점 할아버지, 구멍가게 할머니... 누구나 내 이웃이었고 내 가족 같았다니까.

그런데 요즘은 어때요. 우리 동네도 몇 년 사이 완전히 달라졌어. 옛날 골목은 주차장이 되고, 아는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어.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 카페랑 이름도 모르는 신축 오피스텔만 자꾸만 생기더라. 이웃이라는 게 이제는 그저 건물 옆집이라는 뜻일 뿐이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눈인사 하는 사람 드물지. 남편이가 이사 오자마자 몇 년이 지났는데도 같은 층 사람 얼굴을 모르고 있어.

가장 섭섭한 건 그 온기가 사라졌다는 거야. 누군가는 항상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그런 느낌. 할머니 수술할 때 옛날엔 이웃들이 밥 차려다 놓고, 약 챙겨주고 그랬거든. 지금은? 나 혼자 챙겨야지. 남편이도 일로 바쁘고, 아이들도 자기 일로 바쁘니까.

그때는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었어. 사람이 계속 곁에 있었으니까. 요즘 세상은 편해 보이지만 무척 외롭더라고. 동네가 변한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변한 거겠지만... 종종 그게 그리워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