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좋아서 밭에 자주 나가는디유. 이번엔 오이랑 호박을 심었는데 생각보다 잘 크고 있어서 신기하네유. 처음엔 싹이 안 나올까봐 걱정했는디 요즘 따뜻해지니까 자꾸만 올라오네.

농사를 이렇게 오래 해도 매번 처음처럼 설레는 기분이 있어유.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씨앗이 싹을 틔울 때는 안심이 안 되거든유. 올해는 뭔가 좀 다른 기분인데유 요즘 몸도 자꾸 좋지 않고 마음도 뭔가 텅 빈 것 같던 그 기분 있겠어유. 그런데 밭에 나가면 그게 좀 덜해유. 흙을 만지고 잡초도 뽑고 하다 보면 생각이 좀 정리되는 것 같애유.

호박은 워낙 잘 자라니까 이번엔 좀 많이 심어볼 생각이유. 남편이가 호박전도 좋아하고 우리 며느리가 올 때도 호박나물 해주면 좋아하더라고유. 남은 건 고추장에 담가놔도 되고유. 급할 거 없쥬 천천히 자라나가는 걸 봐도 되고 말이유.

요즘 이 나이에 텃밭 가꾸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유. 집에만 있으면 자꾸 생각만 많아지고 불안해지는데 흙 냄새 맡고 햇빛도 받으면서 뭔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어유. 작은 것이지만 내가 심은 게 자라나는 걸 보는 게 참 소중한 것 같애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