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곤히 자는 옆에서 또 눈을 떴어요. 새벽 두 시쯤이 되면 몸이 저절로 깨는 것 같네요. 이제 이 시간이 익숙해져서 억지로 자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냥 차가운 보리차를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봐요.
얼마 전엔 의사선생님께 여쭤봤는데 나이 탓도 있고 여러 가지가 겹쳐있대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밤이 되면 자꾸 불안한 생각이 많아져요. 낮에 못다 한 일들, 잘못한 말들, 앞으로의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요. 갱년기라는 게 단순히 몸의 변화만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요.
그래도 이 시간의 고요함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세상이 자는 동안 혼자 깨어있는 이 감각, 이 침묵이 때론 외롭지만 때론 내 것 같거든요. 내일 또 밝아올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