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후 네시쯤 동네 한 바퀴 도는 게 일과가 됐어요. 봄이 깊어지면서 골목골목 새파란 잎들이 소복하게 자라나 있더라고요. ☕

산책을 다니다 보니 알게 되는 게 참 많아요. 매일 같은 길을 걷는데도 매번 새로운 게 보여요. 어제는 담장 안 수국이 봉오리를 맺고 있었고, 오늘은 할아버지가 화분에 물을 주고 계셨어요. 그런 작은 장면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와요.

남편하고도 요즘 자주 산책을 해요. 말없이 나란히 걷는 시간이 좋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아요. 그저 같은 속도로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대화 같은 거 있잖아요.

건강하려고 시작한 산책이었는데, 어느새 그것보다는 마음이 안정되는 시간이 돼버렸어요. 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많아졌을 때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렇게 천천히 동네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 나이대에는 이런 느림이 더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내일도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걸을 거예요. 그러면서 또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