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친구한테 뭔가 말하고 싶으면 편지를 썼어요. 예쁜 편지지에 볼펜으로 차근차근 글씨를 써서 우편함에 넣고, 며칠을 기다리다가 답장이 오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그 편지를 자기 방에 숨겨뒀다가 밤중에 몰래 꺼내 읽곤 했지. 글씨체만 봐도 친구의 마음이 느껴지고, 어떤 펜을 썼는지, 어떤 향수를 뿌렸는지... 그런 게 다 소중했어.

요즘은 어떤가요. 문자든 카톡이든 손가락 몇 번이면 끝이야. 즉시 답장이 오고, 그다음날이면 잊혀져. 아이들한테 예전 편지 얘기를 해줘도 "그게 뭐 하는 건데" 하는 식이야. 편지 쓸 시간이 없다는 거지. 요즘 세상은 빠르고 편하지만 뭔가 따뜻한 게 없어진 것 같아.

옛날에는 편지 한 장을 받기 위해 친구를 생각했고, 답장을 쓰기 위해 무엇을 말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 그 시간 자체가 사랑이었어. 지금 손주한테도 종이에 글을 써보라고 권유했는데 자기는 음성메시지가 더 빠르다고 하더라고.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껴요. 그래도 가끔은 그때처럼 누군가에게 천천히 무언가를 써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 느린 속도가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