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수욕장 가봤는데 관광객들은 다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파란 하늘, 하얀 모래, 파도 소리... 맞아요 다 예쁜데 우린 주민이니까 다르게 보여요. 주차장 줄이 보이고 인파가 보이고 오후 3시면 쓰레기가 보여요ㅋㅋ
제주 5년을 살면서 느낀 건데 봄 가을은 진짜 천국이에요. 그럼 여름과 겨울은 뭐냐 하면... 시험 기간 같아요. 여름에는 관광객 물결에 파묻혀서 우리 동네도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고, 초록 바다 옆에 앉아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겨울은 겨울대로 바람이 불어오면 마음까지 휜 나무처럼 굽어집니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봤을 때 파란 하늘이 보이는 건 진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귀촌한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같은 말을 해요.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곳을 떠날 수는 없다고. 여름의 소음과 혼잡이 싫어도 봄날 오름에 핀 동백을 못 본다면 뭐하겠어요.
요즘 남편이랑 내년 초 제주 이슈들 정리를 해보는 중이에요. 귀촌 생활도 결국은 현실관리가 필요하거든요. 낭만만으로는 5년을 못 버텨요. 대신 매일매일 이곳의 계절을 제대로 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혹시 제주 귀촌을 생각 중인 분 있으면 한 마디만 해주고 싶어요. 아름다운 곳 맞는데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사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거. 그래도 후회는 안 해요. 그냥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