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날씨가 좋아서 자주 해변에 나가요. 관광객들은 파란 바다 사진 찍으러 오는데, 우리 주민들은 또 다른 바다를 봐요. 오늘 아침에 내려간 협재 앞 해변은 썰물이라 바닥이 훤히 드러났수다. 게들이 바위 틈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반복하고 있더라고요.

5년을 살면서 느낀 게 있는데, 제주 바다는 진짜 매일이 다르다는 거예요. 월요일엔 잔잔하다가 화요일엔 파도가 센 거 있잖아요. 그래서 언제 들어가기 좋은지 주민들은 감으로 안다니까요. 요즘 50대 후배들이 서핑 배우러 오는데, 우리 때는 나이 들어서 이런 걸 해본다고 하니 신기하대요. 근데 저도 해보고 싶으네 마씀ㅋㅋ

솔직히 한 가지 아쉬운 건, 겨울 바다예요. 11월부터 3월까지는 파도가 장난 아니고 바람이 불어서 바다 근처 가기도 힘들어요. 겨울 귀촌하는 분들이 이 부분을 모르고 오면 나중에 후회한대요. 봄이 되면 바다가 살아나는데, 그때의 풍경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수다.

어제는 노을질 무렵에 나가봤어요. 하늘이 주황색, 분홍색,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고,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그림자가 일렁이더라고요. 관광객들은 빨리 사진 찍고 가는데, 저는 그냥 한참을 서서 봤어요. 이렇게 사는 게 제주 귀촌하면서 얻은 가장 좋은 것 같아요.